4월에는 사월 모일 날씨 흐리고 한때 비 고사리를 따러 산으로 올라갔다 .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엎드려 눈높이를 내렸더니 보이기 시작했다 . 고사리는 은색 띤 코트를 걸친 사람이 약속한 연인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서있는 모습과 같다 . 하나를 따서 둘러보니 또 하나가 나무 뒤로 보인다 .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곳인데 잘 보고 있으면 작은 짐승이나 벌레들이 사는 세계에 온 기분이 들었다 . 웅크린 채 나무사이를 올라갔다 . 열중해서 땄다가 문득 일어서면 낮은 나무에 둘려 싸여 내가 온 길을 몰랐다 . “ 난 어떻게 내려 ?” 친구 소리가 들려 함께 웃었다 .
어릴 적 휴일에 아버지가 고사리를 따러 간다고 하시면 너무 우울했다 . 고사리 반찬은 어린 입에 안 맞아 맥이 빠졌다 . 다른 사람들이 이미 따 간 길을 더 위로 올라가야 해서 싫고 , 아침에 방송되는 티브이 프로를 보고 싶기도 했다 . 부루퉁한 얼굴로 아버지 뒤를 따라간 날이 생각났다 .
지금은 공기 좋은 산에서 친구와 산나물을 따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 고사리 맛도 안다 . 아버지는 이 즐거움을 가르치고 싶으셨을까 … 비가 오면 고사리는 모락모락 땅에서 나온다고 한다 . 은색 코트가 젖어 빛날 것 같다 . 사월 모일 날씨 맑음 집 바로 앞에 벤치가 있다 .
막대기를 세워 양산을 묶었다 . 끈으로는 미끄러워 잘되지 않아 세탁소 옷걸이를 펴서 돌려 붙였다 . 양산 아래서 커피를 마셨다 . 기분이 좋아 책도 가져 가 읽었다 . 개가 옆으로 와 두그르르 누워 있었다 . 녹음 짙어지는 사월에 보물 같은 하루를 만끽했다 .
사월 모일 날씨 흐리고 갬 근처에 사시는 분에게서 집된장을 받았다 . 마트에서 사 온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 맛있는 된장국을 먹으면 머릿속 뇌 중심부에 천천히 스며드는 편안함을 느낀다 . 그리운 어머니 얼굴도 왠지 스쳐간다 . 그 집을 찾았다 .
장독대에 늘어선 간장이나 된장은 항아리 속에서 춘하추동 바람을 몇 번 받아 잠들어 있는 듯했다 . 손질을 끝나고 마지막으로 호스를 끌어당겨 항아리 바깥을 씻어내어 수건으로 닦으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 장독대에 계시는 철륭신에게 나도 감사의 마음을 올렸다 .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2020년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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