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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6.18

김영혜의 영화산책

집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택한 여성의 여정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6.18 17:08 조회 2,1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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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택한 여성의 여정 (5) 노매드랜드 Nomadland 만약 내가 어느 날 문득 ,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서게 된다면 ? 그래서 졸지에 홈리스 (homeless) 가 된다면 ?

어둡고 추운 밤거리에 옷가지 몇 벌과 세간살이 몇 점만 지닌 채 갈 곳도 없이 서 있게 된다면 ?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다 . 그런데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 미국의 숱한 가난한 사람들 , 특히 여성노인들의 상황을 그린 영화가 있다 . < 노매드랜드 > 이다 .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 프랜시스 맥도맨드 주연, 미국, 2020)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 프랜시스 맥도맨드 주연, 미국, 2020)

동명의 다큐멘터리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비록 극영화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주연배우 외에는 모두 실제 인물들과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실직으로 , 혹은 저임금 때문에 집을 사면서 대출한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은행에 집을 빼앗기게 된다 .

이들 중 어떤 이는 친지의 집에 더부살이하고 어떤 이는 홈리스가 되고 또 일부의 사람들은 < 노매드랜드 > 의 주인공들처럼 자동차에 세간살이를 싣고 정처없는 길 위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 길 위의 삶은 위험하다 .

한곳에 오래 차를 주차해 둘 수 없으니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마트 주차장이나 비교적 안전해보이는 공터에 주차하고 밤을 지샌다 . 그러다 경찰에게 검문을 당하거나 불량배에게 위협을 받거나 하면 즉시로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 이런 삶은 나이든 여성에게는 특히나 위협적이다 .

“ 어떻게 해서 열심히 일하는 예순네 살 여성이 결국 가진 집도 , 영구적으로 머무를 장소도 없는 처지에 놓이고 , 살아남기 위해 앞날을 알 수 없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게 되는지를 .

해발 2 킬로미터에 이르는 높다란 삼림지대에서 , 오락가락하는 눈과 함께 , 또 어쩌면 퓨마들과도 함께 , 소형 트레일러에 살면서 , 변덕을 부려 근무시간을 삭감하거나 심지어 그를 해고해버릴지도 모르는 고용주들의 뜻대로 화장실을 문질러 닦으며 살게 되는지를 .

그런 사람에게 미래란 어떤 그림일까 ?”( 원작 , 55 쪽 )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 한국은 애시당초 자동차 안에서 생존을 이어갈 수 없는 지형이니 우리는 좀 낫다고 할 수 있을까 ?

한낮의 땡볕 아래에서 , 얼어붙은 겨울의 찬 바람 속에서 폐지가 가득 얹힌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한국의 노인들은 그래도 머리 누일 곳이 있으니 미국의 노마드족보다는 좀 낫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

지쳐서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 헤엄쳐야만 생존할 수 있는 미국사회 (“Swim or Sink”) 가 직면한 비극을 이처럼 생생하게 그리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

주연을 맡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맨드 (Frances McDormand) 의 존재는 이 암울하고 쓸쓸한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

만일 이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영화를 보았다면 그녀를 전문 배우로 보지 않고 다른 출연자들처럼 실제 홈리스 노인으로 생각할법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탁월하고 자연스럽다 . 원작인 동명의 다큐멘터리 소설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나왔다 . 일독을 권한다 .

( 노매드랜드 (Nomadland), 제시카 브루더 지음 ,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현장 사진

집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택한 여성의 여정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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