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들기 김애라의 [4 월 어느 날 ] 4 월 어느 날 ... 그 날은 바람이 불고 추웠던 날입니다 . 4 월 어느 날 오후 ... 그렇게 우리는 만났습니다 . 그 날은 바람이 불고 추웠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 세상에 모든 일들이 우연처럼 다가오지만 사실은 필연이기에 우리들 만남이 소중합니다 .
김애라의 해금과 노영심의 피아노가 만나 4 월 어느 날 ‘ 필연 ’ 으로 다가온 만남의 추억을 서정적으로 그려주고 있는 곡입니다 . 누구에게나 사랑의 추억 한 자락쯤은 있을 것입니다 . 아름답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한 .
그렇지 않다면 퍽퍽한 삶의 여정이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을 터덕터덕 걸어가는 꼴 되기십상입니다 . 기다림이 미래의 막막함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추억은 망각의 늪으로 변해버리기 쉬운 과거를 지키려는 간절한 염원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시간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다릴 거리를 가능한 많이 마련하는 한편 추억할 거리도 놓치지 말고 챙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 처음 분위기가 마이클 호페의 [ 기다림 ] 과 많이 흡사합니다 . 비가 내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가 우리들 기억의 신경을 자극합니다 .
여린 피아노 연주가 추억의 문을 살짝 열어젖히면 농익은 해금연주가 우리들 심금을 마음껏 휘젓기 시작합니다 . 그리고 주고받는 피아노와 해금의 소곤소곤 . 직접 보지 않아도 봄비 내리는 창가에 마주앉아 나누었을 천진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쯤 손에 잡힐 듯 그려낼 수 있습니다 .
아직 손조차 잡지 못한 그 순수한 설렘 , 세속에 달아 아주 잊어버렸나 했는데 이 곡 듣고 있자면 보란 듯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 김애라의 첫 번째 해금 앨범 『 추억 』 ( In Loving Memory ) 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
정수년 , 강은일 등과 더불어 해금의 폭넓은 연주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김애라는 무형문화재 제 17 호 이수자로 , 현재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해금 수석연주자로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등에서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
2003 년에 나온 이 음반 말고도 , 2004 년 『 나의 이야기 』 ( My Story ), 2006 년 『 바람의 향기 』 ( Scent of Wind ) 등이 있는데 , 다양한 악기들과의 결합을 통하여 기존의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
좀 더 과감하게 해금 고유의 창작곡에 도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만 전통 악기의 대중화를 통해 우리음악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의도로 양해할 수는 있겠습니다 . 이런 의도로 음반 제목도 영어로 고집하는 가 봅니다 .
동영상에 나오는 사진들은 오래 전인 2006 년 봄 북한 개성 나무심기에 참여하면서 찍은 모습들입니다 . 당시 북쪽의 산천은 많이 스산했습니다 . 산은 거의 민둥산이었고요 . 당시 안도현 시인과 북한에 사과나무보내기운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그 운동 홍보용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꽤 묵직한 사진기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 그때 살펴본 개성 향교와 선죽교의 모습 , 이제는 가슴 먹먹한 추억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 초병이 중앙에 위치한 사진을 찍었다고 사진기를 압수당할 뻔 하다가 ‘ 사죄문 ’ 까지 쓰고 가까스로 풀려나왔으니 저에게는 더욱 생생한 ‘ 사건 ’ 입니다 . 이제 다시 가볼 수 없게 되어 더 소중하고 안타깝기도 하고요 . 다음 해 평양 아래 능금군에 심은 사과나무는 잘 자라고 있는지 ?
북녘 어린이들의 허기를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있는지 ! 기다림이 없다면 내일이 막막하고 추억거리가 없다면 어제가 허허롭습니다 . 삶은 분명 오늘의 일이지만 어제와 내일이 만나 오늘을 이루는 만큼 그 어느 하나도 가벼이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곡 들으시며 아련한 사랑의 추억 하나 떠올려보시지요 .
분주함을 핑계로 내팽개친 그런 추억거리 하나 붙잡아 되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 이 환한 봄날 새로운 추억거리 하나 일부러라도 마련하시고요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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