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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09.19

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제대로 살고 싶을 때 듣는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09.19 15:21 조회 3,99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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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살고 싶을 때 듣는 - 빌 더글라스의 [ 이니스프리 호수 섬 ]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 거기에 나뭇가지와 진흙으로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 아홉 이랑 콩밭을 일구며 , 꿀벌들을 위한 집도 하나 마련하리라 , 그리하여 꿀벌 소리 요란한 그 숲속에서 홀로 살아가리라 .

그곳에선 얼마간 평화를 얻으리라 , 평화는 천천히 아침장막으로부터 귀뚜리가 우는 저녁까지 내리고 있으리니 , 그곳에선 밤은 은은한 빛으로 가득하고 , 한낮은 자주빛으로 타오르리라 , 그리고 저녁엔 홍방울새 나래소리 그득하리라 .

이니스프리 섬
이니스프리 섬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서 나지막이 찰랑대는 물결소리 항상 들려오고 있으니 , 철로 위를 달리거나 회색 포장도로 위에 있을 때에도 그 소리 가슴 속 깊이 듣고 있었으니 .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의 유명한 [ 이니스프리 호수 섬 ]("The Lake Isle of Innisfree") 시에 빌 더글러스 (Bill Douglas) 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을 떨치고 한적한 자연에 묻혀 홀로 살고 싶은 마음 , 그 떨쳐버릴 수 없는 소망을 담은 전원서정시의 정서를 제대로 살려주고 있는 치유의 명상음악입니다 . 시인 자신의 설명에 의하면 , 이런 전원적 삶에 대한 동경의 마음은 어린 십대 때부터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

나중에 런던 한복판을 걷다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거나 쇼윈도에 마련된 작은 샘 장식만 보아도 향수에 젖어 이 호수를 떠올리고는 이내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곤 했답니다 . 이니스프리는 아일랜드 슬리고 (Sligo) 현의 러프 길 (Lough Gill) 호수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이 섬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 그 시절 아버지는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62) 의 [ 월든 ]( Walden ) 에 나오는 구절들을 읽어주곤 했습니다 .

시인은 그것에 감명을 받아 언젠가 “ 이니스프리라 불리는 작은 섬 오두막집에서 ” 살아갈 계획을 하게 됩니다 . 소로는 세속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나름의 독특한 삶에 충실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초절주의 (Transcendentalism) 사상가입니다 .

그는 국가주의에 의한 것이든 자본주의의 물질문명에 의한 것이든 , 맹목적인 대중추수 경향에 저항했습니다 .

미국이 일으킨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납세를 거부하기도 했던 그의 비폭력 저항운동 정신은 간디 (Mahatma Gandhi, 1869-1948) 나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1929-68) 목사 등에게 고스란히 전수됩니다 .

예이츠가 감동했던 구절은 아마 [ 월든 ] 의 이런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 내가 숲에 간 것은 삶을 철두철미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인생의 근본적인 사실들과 맞대하고 싶었던 것이다 ...... 삶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 삶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체념을 감내하지도 않을 것이다 . 심오하게 살아가며 삶의 모든 골수를 흠뻑 빨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 이 곡은 2001 년 음반 『 아침이라 불리는 곳 』 ( A Place Called Morning ) 에 실려 있습니다 .

아르스 노바 합창단 (The Ars Nova Singers) 의 연주로 새롭게 녹음한 것입니다 . 레퀴엠의 입당송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번 연주에서는 화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

작곡자이자 피아노 , 바순 연주자이기도 한 더글러스 음악의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격조 높은 음악성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명상음악의 정서를 들 수 있습니다 . 그의 음악에는 숲 , 바람 , 비 , 달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

여기에 사람의 목소리를 더하여 그 포근한 조화를 통해 어지러움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 귀와 마음을 달래주곤 합니다 .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화성의 아름다움을 통해 전해주는 것입니다 . 세상이 많이 어지럽습니다 . 인류 공멸의 광기가 온 세상에 만연합니다 .

바깥세상만 그런 게 아니라 나라 안도 분노와 증오 , 독선의 외침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 이런 때일수록 숲을 자주 찾을 일입니다 . 스스로를 챙기고 추스르기 위해 . 그렇게 자기 나름의 이니스프리나 월든을 하나 키워갈 일입니다 . 그럴 때 이런 음악이 좋은 반려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 사진

제대로 살고 싶을 때 듣는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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