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자랑, 송화백일주 노란 송홧가루가 날리는 4 월이 왔다 . 나뭇가지마다 물오른 연둣빛과 화들짝 피어난 산벚꽃이 어우러진 산색을 감상하려는데 어김없이 황사 , 미세먼지와 송홧가루가 뒤섞여 봄날은 어쩌다 화창할 뿐이다 .
4 월 중순부터 5 월 즈음 , 바람이 센 날 소나무 산에 들어가면 소나무 가지가 후두둑 휘청대며 여기저기 노란 송홧가루를 쏟아내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 짧은 한 달 동안 손에 잡히지도 않는 송화를 모아 일 년 농사를 시작하는 술이 우리 고장 완주의 명주 , 송화백일주이다 .
송화백일주는 ‘ 유일한 ’, ‘ 최초 ’ 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다 . 고려 시대에 성행했던 사찰에 기반을 둔 술들 가운데 현재도 모악산 수왕사 주지 스님에 의해 12 대째 전승되고 있어 사찰 법주의 원형을 보여주는 유일한 술이다 .
솔잎 , 송순 , 솔송 등 소나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향과 성질을 가지고 있어 술의 부재료로 많이 쓰이는데 송화를 부재료로 하여 이름을 붙인 술은 송화백일주가 또한 유일하다 .
예부터 송화는 어지럼증 , 위장병 , 이질 , 외상 출혈 등에 사용되던 약재로서 두통이나 혈액순환 , 위장병을 다스리고자 술로 빚어왔다고 하나 채취 시기가 짧고 방법이 어렵다 보니 송화를 원료로 한 술이 귀한 반증이다 .
고산병에 시달리는 수행자들의 혈액순환과 영향 불균형 , 심신 수양을 곡차로 다스리고자 했던 사찰 법주의 전승을 위해 술 빚기를 평생의 수행으로 이어온 벽암 스님의 업적 앞에 ‘ 대한민국 식품명인 1 호 ’ 라는 명칭은 합당한 예우이기도 하다 . 송화백일주는 38 도의 증류식 소주이다 .
송화 , 솔잎 , 오미자 , 산수유 등을 넣은 쌀죽으로 밑술을 빚고 고두밥으로 네 번 덧술하여 발효시킨 청주를 증류해 소주를 얻는다 . 이 소주에 송화 , 솔잎 , 산수유 등의 약재를 다시 침출시켜 1 년 이상 숙성시켜야 완성된다고 한다 .
송화의 노란 바탕에 산수유 , 오미자에서 우러난 옅은 붉은 기운이 감도는 술의 색이 우선 시각을 자극한다 .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강한 알코올 속에 청아한 솔향이 가득 찬다 .
목에 넘기고 나면 뜨거운 불기운이 오르고 이내 혀끝에 단맛이 오래도록 감도는데 이는 쌀로 빚은 발효주를 증류해낸 전통 소주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단맛이다 .
도수 높은 소주이므로 한두 잔의 음주가 적당하며 , 속이 든든해지는 안주를 곁들이되 송화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양념이 강하거나 지나치게 기름진 안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 대중의 선호도에 따라 요동치듯 변화하는 전통주 시장에서 해마다 유수한 술들이 태어나고 또 사라진다 .
그러나 대한민국 증류주의 세계에서 송화백일주는 이미 좌표와도 같은 술이다 . 양조기술은 연구하고 터득하면 최고가 될 수 있으나 , 구구한 역사와 이야기는 쉽게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사는 지역의 품격을 술로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
완주 사람들부터 진심 어린 애정으로 이 소중한 문화 자원을 아껴주길 바라며 , 선물처럼 찾아온 화창한 어느 봄날이 반갑거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송화백일주의 매력에 흠뻑 취해보시길 권해본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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