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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3.01.10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1

한겨울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3.01.10 11:08 조회 4,3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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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 1 년간 근무했던 고산 청년공간인 청촌방앗간을 마치고 새로운 삶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 매년 달라지는 삶이지만 올해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으로 한겨울을 지내고 있다 .

사실 날이 추워지면서 적지 않게 우울병이 찾아오곤 했었는데 올해는 이 겨울이 나를 온전히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 드디어 나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고요의 시간 . 그래서인지 유난히 올 겨울은 반갑기만 하다 .

신미연 KakaoTalk 20230103 11271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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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을 보내지 않고 따뜻한 나라로 여행도 가고 싶지만 겨울을 나지 않고 자라는 들풀이 없듯이 올해는 어떻게든 이 계절을 고스란히 느끼고 버티며 자연과 한 몸이 되어간다 . 무언가를 계속해서 추구하고 갈망하다보면 사실 그것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그저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생을 살다보면 나이들어서 늦게나마 후회라도 해보는 것이다 . 결국 공부를 하든 여행을 하든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나는 이 계절의 고요와 정적을 기회 삼아 자신과 온전히 만나는 시간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

그러려면 무엇보다 외부와의 접속이나 교류를 줄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 마을 산책을 하고 있노라면 겨울의 잎사귀가 다 떨어져서 나의 시선은 낙엽으로 둘러 쌓인 나무의 뿌리쪽으로 향하게 된다 .

그동안 뿌리로부터 모든 양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 나무에게 떨어진 잎사귀는 겨울을 나기 위한 따스한 이불과도 같다 . 덕분에 겨울나기가 조화롭다 . 나무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를 살리는 존재의 힘을 보게 된다 .

나무가 기대어 살아가는 것은 물과 바람 대지와 공기같은 자연 그 자체이다 . 우리네보다 더 단순하고 심플한 원리로 살아가면서도 많은 것을 베풀고 나누는 나무는 사랑이다 . 새해를 맞이하는 오늘 깊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처럼 내 자신과 만나는 순간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

새하얗게 눈에 덮인 산을 바라보듯이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 어느 곳보다 멀리에 있었을 마음 너머의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며 첫걸음을 떼어보는 해뜨는 아침이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 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현장 사진

한겨울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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