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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7.03.07

시조로 읽는 세상 1

시인이 빠진 정치판이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3.07 11:57 조회 5,36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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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위정자 ( 爲政者 ) 들이 지배하는 정치판을 시인들에게 맡기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까 ?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보다 더 좋아질까 ? 아니면 엉망진창인 세상이 될까 ? 아마 후자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

그러나 세계사 ( 世界史 )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만 둘러보아도 그 답을 알 수 있다 .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드골이 “ 시인이 아직 있어 사회가 위기는 아니다 ” 라고 관료회의석상에서 당시 정치 상황을 언급했던 것은 제법 알려진 일화다 .

캡처
캡처

또한 로마제국에서 유명한 정치인으로 활약했던 세네카 역시 시인이었다 . 폭군으로 유명했던 네로 역시 멋진 시인을 꿈꾸었 던 것을 유추해 보면 , 시인이 서구 정치세계에서 차지했던 위상이 어떠한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북송의 유명한 정치가였던 소동파는 [ 적벽부 ] 라는 유명한 시집을 남겼다 .

여기에 등장하는 조조 역시 난세인 후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가이자 당대의 시인이었다 .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의 중심에는 사대부 시인들이 있었다 .

일본과 서구 열강의 야합으로 이루어진 강제 합병과 역사왜곡 때문에 500 년이라는 장구한 역사가 폄훼 ( 貶毁 ) 되었지만 ,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긴 시간 동안 조선이라는 문명은 지속되었다 .

여러 가지 요인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 정치적인 문제들을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근간을 두고 대의명분과 실리를 따지는 논쟁을 통하여 결정들을 했기 때문이다 .

과거라는 공정한 제도를 통하여 시서예 ( 詩書藝 ) 에 능한 관리들을 중용하고 문치 ( 文治 ) 에 기반 했으므로 장구한 세월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 시조를 매개로 하여 정적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례를 보자 .

고려말 고려의 충신이던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하여 이방원은 하여가 [ 何如歌 ] 를 보냈다 . 이런들 엇더하며 저런들 엇더하료 만수산 ( 萬壽山 ) 드렁칡이 얼거진들 엇더하리 우리도 이같이 얼거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에 대하여 포은 정몽주는 단심가 [ 丹心歌 ] 로 답한다 .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절체절명 [ 絶體絶命 ] 의 순간에도 문학적인 낭만과 상상력을 잃지 않았던 선비들의 여유로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

정조대왕 재위 당시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 다산 정약용은 당시 강진과 완도에서 주로 생산되던 황칠나무를 보고 그와 관련된 백성들의 애환을 시로 노래했다 . 탐관오리들의 황칠 수탈로 인해 피눈물 나는 삶의 현장에서 애쓰는 민초들의 눈물을 시인 정약용은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

또한 시인은 고통에 겨운 농민들이 베어버린 황칠나무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올라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소망을 보았다 . 죄인의 신분으로 유배지에 있었지만 수감생활을 한탄하지 않고 후학들을 길러내던 시인 정약용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신을 황칠나무 그루터기에 투영하였다 . ​ 그대 못 보았더냐 !

( 君不見 ) 궁복산 가득한 황칠나무를 ( 弓福山中滿山黃 ) 금빛 액 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이 나네 ( 金泥瀅潔生蕤光 ) 껍질 벗겨 즙을 받기 옻칠 하듯 하는데 ( 割皮取汁如取漆 ) ... 중략 ...

황칠 ( 黃漆 ) - 다산시문집 제 4 권 시 ( 詩 ) 흔히 예술가들을 시쳇말로 “4 차원 ” 이라고 한다 . 그러나 그들의 정신세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조롱하듯이 내뱉는 말이다 . 예술과 철학이 사라진 세상살이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

굴뚝만 빼곡한 공장지대를 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일 것이다 . 예술이 죽으면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이 사라져버린 판국에 정치 ( 政治 ) 는 불가능할 뿐이다 . 시인은 변화무쌍한 미래의 일들을 현재에서 느끼며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다 .

또한 현재의 상황을 토대로 미래를 꿈꾸며 노래하는 사람이다 . 상황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이 사라진 정치판은 말 그대로 정치꾼들이 모인 판이 될 수밖에 없다 . 정치의 세계에 시인들과 예술인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

즉 , 문화 예술의 주체들이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고 정치의 세계를 정화 ( 淨化 ) 해 내는 세상을 꿈꾸어본다 . 그렇다고 조선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 문인 ( 文人 ) 들과 예술인 ( 藝術人 ) 들이 정치해야 문치 ( 文治 ) 와 예치 ( 藝治 ) 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시인들이 사라진 세상은 오아시스가 없는 사막이다 ! / 명륙 안우진 ( 시조시인 ) △ 3월부터 안우진 시조시인의 '시조로 읽는 세상'을 게재합니다. 안우진 님은 현재 완주공동체지원센터에서 '1111소통기금'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장 사진

시인이 빠진 정치판이란?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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