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앗이칼럼 · 2013.12.12

더불어숲

전통시장과 지역경제순환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3.12.12 19:58 조회 5,381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얼마 전 남원 공설시장에 다녀왔다. ‘문화관광형 시장개발’이라는 사업을 지원받게 된 시장에서 완주군의 공동체사업 육성사례와 협동조합에 관한 강의를 요청해왔기 때문이었다.

남원 공설 시장은 지리산권과 남원 인근 농촌지역의 배후시장으로 농산물과 임산물, 먹거리가 풍부한 큰 시장이었으나 우리나라 전통시장이 그렇듯이 지역주민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하고 더구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점점 상권이 축소되었다.

‘문화관광형 시장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남원 공설시장에서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예전의 남원시장에서 유명하던 김부각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김부각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첫 번째 의문은 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이 소비자, 생산자, 혹은 직원이 되어야 하는데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이 어떤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의문은 김부각 사업을 하는 것이 쇠퇴한 시장을 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남원 시장의 모든 상인들이 김부각 사업으로 전환할 것도 아니고 협동조합 김부각 점포를 하나 만든다고 안 오던 시장 손님이 올 것도 아니고 설사 김부각 때문에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해도 다른 점포에 들러 다른 상품까지 사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은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지원사업의 명칭에서부터 발생하고 있었다. 전통시장의 고객을 대형마트에 빼앗겼는데 외부 관광객을 유입하여 전통시장을 활성화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몇 해 전부터 이 사업을 지원하였고 올해만 이 사업을 지원받은 전국의 시장이 32개나 된다고 한다.

‘문화관광형 시장’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수도 없이 새로 생겨나는 모양이다. 이 모든 일은 무엇이든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내가 필요한 것은 사면된다는 화폐 중심적 사고 때문에 벌어진다. 화폐가 생기기 전에도 인류는 생활을 했고 살림살이를 위한 경제가 운영되었다.

또한 현재도 우리의 살림살이가 화폐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그 뒤에 사회적 관계라는 중요한 영역이 있다는 것은 흔히 잊어버린다. 시장의 상인들에게 지역순환경제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분들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 대형마트에 가서 여러분이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 계속되는 한 남원시장은 절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시장에서 사지 않는 이유를 찾아내야, 그래서 여러분부터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기 시작해야 시장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시장 상인들은 숙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2008년부터 시작한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연 70억 이상의 매출로 1000여 명이 넘는 로컬푸드 생산자의 안정된 소득과 유통, 가공분야의 500여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하지만 완주군의 지리적 특성 탓에 완주군의 지역생산 70% 이상이 제조업과 농업이고 상업 및 사회서비스 분야는 30%가 되지 않는다.

전국적인 평균과 비교해보면 비율이 뒤바뀌어있는 셈이다. 즉, 제조업과 농업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다른 지역의 상업 및 사회 서비스로 쓰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농촌활력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사회적경제 영역의 공동체사업의 80% 이상은 먹거리 및 로컬푸드 분야였다.

결국 완주 지역경제의 순환을 위해서는 교육, 문화, 복지 등의 다양한 분야의 공동체 사업을 육성하여 제조업과 농업, 로컬푸드로 얻어진 소득이 다시 지역에 쓰여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화폐 중심적 경제 시스템에서 피폐해진 완주군 농촌지역이 근본적으로 활력을 찾게 될 것이고 사회적 관계가 살아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