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무협만화를 즐겨보던 때가 있었다 . 그 만화 속의 무림의 고수들은 기차나 자동차와 같은 기계장치 혹은 전기나 화석연료와 같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두세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비법을 쓰곤 했었다 .
그 신기한 기술을 ‘ 축지법 ( 縮地法 ) 이라 불렀었는데 한자를 풀이하면 ‘ 땅을 접는 방법 ’ 이다 . 축지법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패할 전쟁을 이기기도 하였다 .
2008 년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농촌활력사업을 추진한지 6 년이 지난 완주군은 소농 , 가족농 중심으로 안정적인 소득증가가 이루어졌고 관련된 유통 , 가공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였으며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을 오고 있다 .
이러한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지역경제순환이라는 큰 틀의 개념 정립 ,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공동체 사업방식의 추진 ,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한 민관의 원활한 협력 등을 그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
그래서 완주군은 작은 규모의 농사로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지역 , 다양한 농산물 가공이 가능한 지역 , 농업 이외에도 다양한 일자리가 있는 지역 , 주민 스스로 지역을 바꾸어가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많은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하고 있고 또 희망하고 있다 .
하지만 완주군의 성공을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농촌에 적용하려면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 첫 번째는 재정자립도이다 . 일반적인 농촌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중앙정부 지원사업의 분담금을 채우기도 어렵다 .
완주군은 20% 중반대의 재정자립도를 기반으로 매년 100 억 원규모의 독자적인 농촌활력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할 수 있었다 . 두 번째는 완주군의 지리적 조건이 65 만의 인구를 가진 전주와 가까웠다는 점이다 .
처음부터 완주의 로컬푸드는 전주시민을 염두하고 기획되었고 전주에서 활동하던 전문가와 활동가가 쉽게 중간지원조직에 결합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귀농귀촌인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 .
토론회 등에서 받았던 질문 중의 하나의 이러한 특수한 조건을 가진 완주군의 사례를 어떻게 다른 농촌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 다른 농촌지역을 위해 ‘ 사회적 축지법 ’ 을 제안한다 .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가 없더라도 특정한 도시와 ‘ 사회적 거리 ’ 를 줄이는 방법인데 도시에 남는 것을 농촌에서 활용하고 도시에 필요한 것을 농촌에서 공급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를 두 지역이 함께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 도시의 잉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
2010 년부터 인구의 유입이 늘어 2014 년까지 5,000 여 가구가 정착한 제주는 지방세 18.3% 와 지역총생산 2.1% 의 증가 및 2,160 억의 경제적 효과 있었다고 한다 . 인구의 유입은 중앙정부의 사업이나 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재정확보 방안이자 경제정책이다 .
또한 이렇게 농촌으로 온 도시민들은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활용에 적합하고 효과적이다 . 도시에서 만들어낼 수 없고 부족한 것은 안전한 식량이다 .
이미 선진국의 도시는 안전한 식량을 시민에게 공급하기 위한 ‘ 식량권 ’ 의 선언과 식량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 기존 시장방식의 농산물 유통은 이를 지지해줄 수 있다 . 특정한 농촌지역과의 연대를 통한 사회적경제 방식의 농산물 유통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의 농촌 지방정부가 지리적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도시의 지방정부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연대를 맺었으면 좋겠다 . 스스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없는 인구규모와 재정적 조건을 가진 농촌지역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또한 일단의 성공을 거둔 완주군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논산시 사회적경제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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