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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05.02

농촌별곡

GMO 작물이 전주 완주서 자라고 있다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05.02 15:01 조회 5,3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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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여왕 ’ 이라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벼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 . 엊그제는 볍씨를 담갔다 . 온종일 비가 추적거리는 가운데서도 벼농사모임 열 명 남짓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 먼저 소금물로 쭉정이를 골라내고 ( 염수선 ), 섭씨 60 도로 데운 물에 10 분 동안 침지 ( 열탕소독 ) 했다 .

그 볍씨는 지금 찬물에 잠겨 있다 ( 냉수침종 ). 하루에 한 번 물을 갈아주고 , 밤 시간에는 건져놓기도 하면서 눈을 틔우는 공정이다 . 그렇게 닷새 쯤 흐르면 싹과 뿌리가 돋아난다 . 이걸 모판에 담아 못자리에 가지런히 늘어놓으면 모 농사 단계로 접어든다 .

‘ 모 농사가 반 ( 半 ) 농사 ’ 라고 , 한 달 남짓 정성껏 돌봐주면 쑥쑥 자라나 여기저기 논배미로 옮겨 심게 된다 . 그 놈이 새끼를 치고 , 몸피를 키우면 이삭이 패고 , 나락이 여물어 마침내 한 그릇 밥으로 상에 오를 것이다 . 나는 이렇듯 벼를 길러 쌀을 빚어내는 농사꾼이다 .

그런데 내 뜻과는 상관없이 벼를 닮았으되 벼가 아닌 괴생물체를 기르고 , 쌀 모양이되 사람에게 해로운 성분이 담긴 먹거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게 됐다 . 바로 유전자조작 (GM) 벼를 얘기다 .

우리나라는 세계 2 위의 유전자조작농산물 (GMO) 수입국이지만 , 이 땅에서 재배되지는 않는 걸로 알려져 왔다 . 그런데 2015 년 이후 전국 7 곳에서 10 종의 GMO 작물을 시험재배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최근 농민단체와 환경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농촌진흥청이 밝힌 내용이다 .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가운데 들잔디 , 유채 , 국화 , 감자 , 콩 , 사과 , 벼 등 7 종이 전주와 완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 GMO 의 효능이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분명한 것은 그 ‘ 안정성 ’ 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특히 몬산토 같은 거대자본의 돈줄을 동원한 압력과 통제 속에서도 GMO 의 치명적 위험성은 각종 연구와 동물실험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 GMO 의 영향이 의심되는 피해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개발단계를 넘어 시험포를 가동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

그것도 초국적종자기업이나 민간업체가 아닌 농진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말이다 . 게다가 ‘ 상용화 ’ 를 추진하고 있다니 실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는 노릇이다 .

동물의 유전자를 식물에 접붙인 괴상한 생물체 , 그것도 사람과 동물에 치명적일 수 있는 먹거리가 시험포라곤 하지만 우리 고장에서 버젓이 자라고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농진청 쪽은 오염될 가능성이 없다고 우겨대는 모양인데 미국 사례를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

곤충이나 미생물 , 예상치 못한 사고로 괴생물체의 유전자는 얼마든지 다른 농작물과 교잡될 수 있다 . 설령 만에 하나라도 그러면 끝이다 . 어찌 이를 두고만 보겠는가 . 해서 전북도민들이 먼저 떨쳐 일어섰다 .

어제는 완주군 이서면 전북혁신도시에 자리한 농촌진흥청 앞에서 ‘ 전북도민 행동의 날 ’ 집회가 열렸다 . 유전자조작벼 상용화를 중단하고 , GM 작물개발산업단을 해체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 당연히 우리 벼농사모임도 힘을 보탰다 .

먹거리안전을 해치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스스로 마다하고 쓰지 않고 있다만 ‘ 조작된 유전자 ’ 는 그럴 수조차 없다 . 전북에서 일어난 이 파문이 전국으로 물결쳐 ‘GMO 없는 세상 ’ 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차남호(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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