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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7.02.14

농촌별곡

지속가능한 축산환경 해법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2.14 15:35 조회 5,3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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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이 있나 . 오래전부터 별러 오던 이 동네 정월대보름 잔치가 취소되었다 . 갑자기 터진 구제역 여파다 . ‘ 이동중지명령 ’ 이 내려졌고 , 전라북도 지역에는 우제류 ( 발굽이 짝수인 동물 ) 가축 반출도 금지됐다고 한다 .

이에 따라 행정기관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권고를 해왔다 . 이에 따라 예정됐던 대보름 행사가 하나 둘 취소됐고 , 끝까지 눈치를 보던 우리도 눈물을 머금고 그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

하여 휘영청 대보름 달빛과 타오르는 달집의 장관 , 흥겨운 놀이판으로 넘실대려던 이 꼭지는 갑자기 고요 속에 파묻히게 되었다 . 아쉽다 . 사실 올해 대보름 잔치는 어느 해보다 판이 커질 참이었다 .

우리 벼농사모임 뿐 아니라 토종씨앗모임이 함께 잔치를 준비했고 , 어우마을 청년모임과 마을 이장 , 부녀회까지 함께 준비팀을 꾸렸던 터다 . 그러니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 내가 보기에 이 변고는 하늘을 원망할 천재지변이 결코 아니다 .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자업자득이다 .

고기를 향한 끝없는 욕망 . 잘 알다시피 구제역은 가축 밀집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된 재앙이다 .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 바이러스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

게다가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는 일단 병이 생기면 그 피해가 급격히 , 그리고 대규모로 커질 수밖에 없다 . 공장식 축산은 이렇듯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 , 나아가 자연생태를 해치게 된다 . 결국 사육규모를 줄이는 한편 지속가능한 건강한 축산환경을 갖추는 길만이 해법이다 .

그러나 사정은 나빠져만 간다 . 경제성장으로 소비여력이 커지면 식생활에서는 흔히 육식이 늘어난다 .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1970 년에 견줘 육류소비가 9 배나 늘었다고 한다 . 당연히 가축 사육두수는 늘어만 가고 , 품목별 농업소득에서도 축산부문이 식량부문을 제쳤다 .

그리하여 사람이 행복해지기만 하면 오죽 좋겠는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 가축이 내뿜는 매탄은 기후변화 ( 온난화 ) 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 게다가 고기를 생산하려면 그보다 9~20 배에 이르는 사료 ( 식량작물 ) 가 든다 .

1 초에 다섯 명이 굶어죽고 , 기아인구가 10 억에 이르는 세계의 식량사정을 생각하면 육식은 심각한 윤리적 고민도 안겨준다 . 나아가 공장식 축산이 빚어내는 환경오염과 생태파괴도 심각한 수준이다 .

당장 이 고장만 해도 농축산재벌 이지바이오의 대규모 돼지농장 재가동 움직임으로 갈등을 빚고 있지 않은가 . 이래저래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 나는 그렇게 믿으며 육식을 끊은 지 이제 10 년을 지나고 있다 . 그러나 고기를 향한 욕망은 역시 말리기 힘든 모양이다 .

어제는 우리 집 짓느라 애쓰고 있는 목수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기력을 보충한답시고 쇠고기를 한 턱 냈고 , 오늘 점심에는 대보름을 맞아 동네 어르신들 대접한답시고 마을청년들이 소머리국밥을 마련했다 .

그 먹는 모습을 곁에서 우두커니 지켜만 보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고 ,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그렇다 . 이제 다시 일어설 시간이다 . 예정대로 대보름잔치가 진행됐다면 같은 시각에 열리는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가지 못할 뻔했다 .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

대보름잔치가 취소되는 바람에 촛불개근을 이어갈 수 있게 됐으니 . /차남호(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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