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수도관과 한밤 중의 외침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6> 수도 동파 일월 모일 날씨 눈 창문 커튼을 열어보니 날아오는 하얀 조각들은 검푸른 숲 위에 내려 빛난다 . 사람은커녕 자동차마저 다니지 않아 움직이는 것 하나 없는 배경에 바람을 타고 눈이 어지럽게 춤을 춘다 .
회색 하늘 높은 데에 희미하게 해가 떴다 . 유리창 넘어 시간이 하얗게 지나갔다 . 이 겨울에 하늘이 보내준 예술 작품이다 . 일월 모일 날씨 쾌청 새벽 3 시 반에 물소리가 났다 . 처음에는 졸졸 들렸는데 바로 좔좔 세게 흘러나는 소리가 되었다 .
“ 잘 됐다 !” 벌떡 일어나 부엌에 욕실에 가서 물을 받았다 . 닷새만이다 . 저절로 큰 웃음이 나왔다 . 혹한 추위를 알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 , 다음 아침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 우리가 사는 건물 전체 수도관이 언 것이었다 .
첫 번째 날에는 뉴스에서 본 재해지 같다고 말하면서 차로 약수터에 가서 물을 받아왔다 . 외식하고 목욕탕에 다니면서도 날이 지나갈수록 우울해졌다 . 나도 모르게 손을 씻으려고 자꾸 수도꼭지를 돌려 버린다 . ‘ 그래 , 물은 안 나와 .’ 날씨예보를 보며 따뜻한 날만을 기다렸다 .
기온이 봄처럼 오른 어제는 크게 기대했는데 무정하게 물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 왠지 모든 일이 귀찮게 느껴 일찍 잤다 . 한밤중에 갑자기 물소리가 들렸다 . “ 물 만세 !” “ 물 감사해 !” 하며 설거지하고 걸레질하고 빨래하고 샤워를 했다 ,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
사막 여행을 할 수 있겠지만 살지는 못하는 나를 이번에 알게 되었다 . 일월 모일 날씨 흐린 후 갬 처음으로 마을버스를 탔다 . 동네를 다니는 버스를 자주 보는데 언제 어디로 가는지 영 몰라서 타기가 어려웠다 . 면사무소에서 물어보니 터미널 출발시간과 가까운 정류장을 알려주셨다 .
오늘 우연히 터미널에 갔더니 마치 버스가 있어 타보았다 . 기사님에게 정류장 이름을 말했더니 , 거기는 눈이 쌓여 치우면 좋겠다고 하셔서 나도 머리를 끄덕이었다 . 큰 버스에는 어떤 아저씨와 나 , 둘만 앉아 전세 버스 같았다 . 모르는 곳을 여행할 때 버스를 타는 일은 작은 모험이다 .
긴장되면서도 재미있다 . 성공하면 기분이 너무 좋다 . 얼마 후에 우리 집이 보였다 . “ 여기 , 여기요 .” 외쳤다 . 문이 열릴 때 공기가 나가는 푸슈 — 소리가 났다 , 나의 한숨처럼 . “ 감가사합니다 .” 버스에서 튀어 내렸다 .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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