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 (3) 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 한 마디로 ‘ 콩가루 가족 ’ 이다 . 리처드는 ‘ 성공의 9 단계 ’ 라는 , 별로 설득력이 없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강연하러 다니는 중년 프리랜서이다 .
아내 쉐릴은 그나마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다지 잘 나가는 곳은 아닌 듯하다 . 15 살 아들 드웨인은 전투기 조종사가 될 때까지 묵언 수행 중이고 , 7 살 막내딸 올리브는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가고 싶어 안달을 한다 .
마약을 하다 요양원에서 쫒겨난 할아버지는 올리브의 미인대회 준비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이들과 같이 산다 . 벌써 아슬아슬한 이 가족에 쉐릴의 남동생이 새롭게 합류한다 . 아이들의 외삼촌 프랭크는 프루스트 전문학자이자 동성애자이다 .
학계의 경쟁자에게 큰 상과 애인마저 빼앗기자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혼자 두면 안 된다는 병원의 판단에 따라 쉐릴을 따라 이 가정에 들어온다 . 리처드는 희망 없는 출판계약을 따내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 생계에 지친 쉐릴은 늘 인스턴트 음식으로 저녁 식탁을 차려 할아버지의 분노를 산다 .
좁은 방에 함께 기거하기로 한 삼촌 프랭크와 드웨인의 동거는 숨막히는 긴장을 자아낸다 . 이런 가족구성이라면 독자들은 틀림없이 암울하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영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우리가 살아내는 현실이 그러하니 말이다 . 그런데 아니다 . 이 영화는 참으로 유쾌하고 발랄하다 .
그래서 우울할 때면 간혹 떠올리게 된다 . 유쾌한 분위기를 이끄는 존재는 단연코 막내딸 올리브이다 . 자본주의 문화의 가장 타락한 한 형태인 미인대회 참가를 이 어리고 천진난만한 올리브는 간절히 꿈꾼다 . 그런데 올리브는 배가 볼록 나온 통통한 몸매에 동그란 안경마저 끼고 있다 .
한 마디로 미인대회 감이 아닌 것이다 . 그러나 올리브가 너무도 간절히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를 원하고 , 올리브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할아버지 역시 강력히 참가를 주장하는 탓에 , 전 가족은 고물 미니버스를 빌려 머나먼 캘리포니아까지 가기로 결정한다 .
영화는 이 콩가루 가족의 1 박 2 일에 걸친 좌충우돌 여행기이다 . 유쾌하고 발랄하다고 해서 ‘ 빠져 죽거나 죽을 때까지 헤엄치거나 (Sink or Swim)’ 로 대변되는 미국 중산층의 위태로운 현실을 이 영화가 외면하거나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영화 전체에 걸쳐 비정한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 안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냉정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 그 비정하고 숨막히는 자본주의의 바다에서 빠져 죽기 딱 좋은 처지에 놓인이 가족은 그러나 끝까지 씩씩하게 그 여정을 통과한다 .
그리고 마침내 ‘ 가족 ’ 이라는 , 마지막 남은 보루를 확인하게 된다 . 매우 미국영화스러운 구태의연하고 위험한 결론이지만 , 그런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영화를 다 보고나면 어쩐지 기운도 좀 나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
영화가 2006 년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발표되었을 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메이저 영화사에서 배급을 하겠다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영화의 원제목은 어린이 미인대회를 의미하는 < 리틀 미스 선샤인 > 인데 발음을 편하게 하려고 한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 미스 리틀 선샤인 > 으로 바뀌었다 .
그런데 영화 전체로 볼 때 이렇게 바뀐 제목이 오히려 더 적절하다 . 왜냐하면 이 가족이 처한 암울한 현실에서 어린 올리브의 존재는 그야말로 ‘ 햇살 (sunshine)’ 이었기 때문이다 .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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