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밥 딜런, 그의 시작점 (2) 컴플리트 언노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가야 그를 비로소 한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얼마나 많은 바다를 건너가야 흰 비둘기는 마침내 모래톱에서 잠들 수 있을까 ?
미국 대중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를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 미국 포크뮤직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고 칭송받는 뮤지션 밥 딜런 (Bob Dylan) 의 < 바람만이 아는 대답 Blowin’ in the Wind > 이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다 . 그렇다 .
이 영화는 밥 딜런에 관한 영화이다 . 열아홉의 나이에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뉴욕으로 간 완전 무명 (a complete unknown) 의 밥 딜런은 조그만 클럽에서의 몇 차례의 공연만으로 “ 재능이 옷솔기를 뚫고 튀어나오고 있는 듯하다 !” 는 평가를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
그는 최근까지도 음반을 내고 2016 년도에는 대중 음악인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도 받는다 . 그러나 이 영화는 1961 년 그의 데뷔 때부터 포크뮤직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혔다고 평가되는 1965 년도 뉴포트 뮤직 페스티벌까지의 시간만을 다룬다 .
담배를 뻑뻑 피우며 틀에 갇히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 그야말로 옷솔기마다 넘쳐나는 음악적 재능을 뿜뿜 뿜어내며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젊은 날의 반항아 밥 딜런을 아름다운 (?) 티모시 살라메가 매우 열심히 , 성실히 재현해낸다 .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에서 그토록 섬세하고 풋풋하게 첫사랑의 아픔을 연기하던 소년 , < 듄 Dune > 에서 사막을 지배하는 영웅으로 거듭나던 그 용사는 더 이상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 심지어 모든 노래와 연주를 직접 소화해낸다 .
그것도 아주 훌륭히 . 그러나 ... 티모시 살라메는 한 시상식에서 여전히 밥 딜런에 빙의한 채 “ 난 위대한 배우가 될 거야 !” 라고 외쳤다 . 그러나 이마에 ‘ 나 고뇌 ’ 라고 써붙이고 있는 밥 딜런을 연기하기에는 그는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
엄청난 노력의 산물일 것이라 생각되는 노래도 아주 흡사하지만 밥 딜런의 터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미치지는 못한다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밥 딜런 , 그리고 당대의 또 한 명의 천재적 뮤지션이자 밥 딜런의 잠깐의 연인이기도 했던 조안 바에즈 (Joan Baez) 의 노래들을 다시 듣고 싶은 욕구에 불타게 한다는 점이다 .
( 천상의 목소리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조안 바에즈는 밥 딜런과의 씁쓸했던 사랑을 < 다이아몬드와 녹 Diamonds & Rust > 이라는 곡에서 감동적으로 노래하고 있는데 , 이 노래는 그녀의 가장 큰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다 .) 그래도 ...
미국 포크뮤직의 참맛을 잘 모르는 나로서도 영화 말미 뉴포트 포크뮤직 페스티벌에서 밥 딜런이 저지른 횡포 (!) 가 얼마나 혁명적이었던가는 느낄 수 있었다 .
엄격히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 , 만돌린 정도만 허용되는 포크뮤직의 신성한 성전에서 밥 딜런이 일렉트릭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때 , 그전에 연주되던 모든 포크뮤직이 일순간에 ‘ 촌스러운 과거의 유물 ’ 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 밥 딜런은 아마도 미국의 서태지였던 듯하다 .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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