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 남자의 갖가지 비밀 덕천하이트 아파트의 최성영씨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모르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는 40대 후반의 남자, 최성영 이 남자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훤칠한 키에 , 수려한 용모 , 모르는 일도 없고 , 못하는 일도 없는 40 대 후반의 남자 최성영 .
여기까지는 영화 < 홍반장 > 의 주인공 캐릭터를 설명하는 문장을 이름만 바꿔서 그대로 따라 썼다 . 최성영 아저씨를 묘사하는데 딱 맞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 최성영 아저씨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는 영화처럼 파란만장했다 . 목포에서 태어났고 서울로 올라가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
군대를 다녀와 백화점 영업사원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능력을 인정받아 광주의 어느 백화점으로 스카우트되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 90 년대 후반 , IMF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고 이월상품 판매일을 하며 전국 각지를 떠돌았다 .
무슨 일이든 모르는 척하며 지나치는 법이 없어 자연히 많은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다 . 위험한 일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 지금 아내를 만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
떠도는 것도 좋았지만 한 곳에 정착하는 삶을 위해 10 여 년 전 완주군 용진면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17 번 국도변 덕천하이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 여기까지가 최성영 아저씨가 두 시간 가까이 설명한 살아온 이야기의 큰 줄거리다 .
누구나 한번쯤 다 왕년이 있는 법 “ 전라남도 목포가 고향이고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심신연마를 좀 했죠 . 그 당시 빨간바지 입고 빨간신발 좀 신었어요 . 다 과거가 있고 다 왕년이 있는 거죠 . 처음엔 서울에서 백화점 영업사원 일을 했었죠 .
너무 잘 해서 광주로 스카우트 돼서 그 곳으로 가게 되었어요 . 근데 일년 있다가 아이엠페프가 터졌어요 . 그때 스물여덟이었으니 너무 일찍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 거죠 . 근데 인생이 스카웃이야 . 그러곤 스포츠용품 나이키 대리점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 영업일에 대해 재주가 많았으니까요 .
이월상품을 80 프로씩 세일해서 판매하는 건데 전국에 있는 제품을 다 모아서 각지를 돌며 판매하는 거죠 .
건달이든 공무원이든 다 상대했어요 .”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마음씨 좋은 맥가이버 아저씨가 있으니 인터뷰 해보라는 소개를 받았는데 , 아저씨의 인상은 상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고 하시는 이야기도 다소 거친 느낌이라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
하지만 계속되는 아저씨의 이야기는 잘 만들어진 한편의 느와르이자 통속드라마였고 로드무비이자 착한 사람들의 다큐멘터리였다 . “ 별명이 맥가이버였어요 . 여기로 이사 온 지는 13 년 됐고 ,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게 된지도 벌써 10 년이 됐어요 .
아파트가 부도나고 입주자대표 비상대책위원에서 활동하다가 어떻게 지금 일을 하게 됐죠 .” 워낙 오지랖 넓으신 성품 덕에 자율방범대 , 의용소방대 등등 하시는 일도 참 많았다 . 그 덕에 좋은 일이 많았고 서운한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
“10 년 째 일을 하다보니까 관리사무소 직원 처우문제든지 갑을문제라든지 사실 상처받는 일도 종종 있지요 . 그래도 오래 근무하다보니까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알게 되요 .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정이 가는 거죠 . 집을 수리해도 무료봉사해주고 싶은거에요 .
주민들이 다 형 , 동생 , 누님이 되고 , 이모가 되고 그렇게 되죠 .”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아저씨는 아파트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다 .
아저씨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고 어느 집에 무슨 문제가 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도 훤히 꿰고 있었다 . 아저씨가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저씨가 키우는 유기견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됐다 . 누구에게나 '왕년'은 있다. 왕년의 최성용씨.
유기견 돌보는 정 많은 남자 “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키우던 개들을 많이 버리고 가요 . 지금 여덟 마리를 키우고 있고 입양 보낸 개만 해도 대여섯 마리는 되요 . 입양도 그냥은 안보내고 입양할 사람이랑 대화해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보내죠 . 사람이랑 대화를 해보면 순박한 사람인가 알수 있거든요 .
그리고 아파트 상가사람들이 공간도 내주고 도와줘서 개들을 키울 수 있었죠 . 냄새 안나게 해줄 테니 키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상가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서 결정을 했죠 . 바닥 공구리까지 쳐줬어요 .” 처음엔 버려진 개들이 안쓰러워 거둬 키우던 일이 이제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
아저씨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눈치안보고 개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것 . 훗날 완주의 어느 곳에 아저씨가 운영하는 유기견보호소를 상상해본다 . 뉴스를 통해 접하는 아파트 주민들과 관리사무소의 관계는 갑을관계이거나 소비자와 공급자의 관계처럼 보였지만 아저씨와 주민들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
아파트는 아저씨의 거주지이고 또한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 아저씨는 주민들에게 아니 , 이웃들에게 꼭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다 . “ 완주군 아파트 르레상스 사업도 중요하지만 아파트에는 쓰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 있어야 해요 . 시골이다 보니까 분리수거하는 인식이 좀 부족하거든요 .
아파트 설비 , 방범에 신경 써야 하는데 매일 이 일 때문에 잡혀서 다른 일을 못해요 .” 최성영씨의 휴대전화에는 키우고 있는 유기갠 사진이 가득하다. 오바하지 말라는 집사람 말을 철칙으로 삼다 “ 우리 와이프 하는 말이 ‘ 오바하지 마라 .’ 그 말을 명심하며 살아야죠 . 집사람이 고마워요 .
파란만장할 때 같이 살아준 게 고맙고 나를 견뎌줘서 고맙죠 . 지금은 제가 빨래하고 청소도 하고 다 해요 . 위계질서가 바뀌었죠 . 자존심은 하찮은 거 같아요 . 내가 져주고 낮아지는 게 아름다운 거죠 . 그렇다고 좋은 아빠 , 남편은 못 되요 . 아직도 성질이 남아있어서 .
그래도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 최성영 아저씨를 만나고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 < 어디서든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는 , 홍반장 > 과 중절모를 쓰고 “ 우리 사이에 굳이 통성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 라는 멋진 대사를 날렸던 < 다찌마와리 >.
어쩔 수 없이 다듬고 지워냈지만 내가 들은 아저씨의 살아온 이야기는 여기 쓰여 진 것보다 훨씬 더 통속적이면서도 멋있었고 , 거칠면서도 낭만적이었다 .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