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성모의원 이원용 원장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 적당히 먹고 충분히 쉬고 부지런히 운동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
걷는 것을 좋아하고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도 있어서 몇 년 전부터 하루 만보걷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그마저도 건너뛰기 십상이다 . 그래도 기회만 되면 친구들과 함께 고산면 소재지를 감싸고 흐르는 만경강 고산천변을 걷는다 .
이른 점심을 먹고 산책길에 오른다면 검은색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입고 아주 빠른 걸음으로 같은 길을 걷는 낯익은 산책자 고산성모의원 이원용 원장 (54 세 ) 을 만날 수 있다 . “ 저는 점심시간에 고산천변을 한 시간씩 걸어요 . 병원에서 동락가든까지 걸어가면 십분 걸려요 .
그리고 하수종말처리장 지나서 원산마을 근처까지 갔다가 독촉골 다리 찍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면 한 시간 걸려요 . 걷는 중간에 저희 병원 오시는 주민분들 만나서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누고 그러죠 . 걷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 사계절의 변화를 항상 볼 수 있거든요 .
고산은 자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 산책을 시작한 지는 한 10 년 되요 .
저도 중년이 되면서 몸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하고 환자들한테는 건강 생각해서 부지런히 걸으라고 하는데 의사인 내가 안 걸으면 이상하잖아요 .” 이원용 원장은 2002 년 2 월 , 서른넷 청년 의사 시절에 지금 자리에 병원을 열었다 .
벌써 20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날렵하고 열정 넘치던 청년 의사는 어느새 머리카락이 희끗하고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을 것 같은 차분한 중년의 베테랑 의사가 됐다 .
10 년 전 , 당시 이원용 원장과 같은 나이에 고산에 자리를 잡고 지금껏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도 20 년 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진료틈틈이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잠시만 방 호복을 입고 있어도 땀이 물흐릇 흐른다. “ 원래 살던 곳은 전주 아중리 인교마을이라는 곳이에요 .
전주라고는 해도 예전에는 버스가 하루에 여섯 번 다니는 시골이었죠 . 원광대에서 신경외과 인턴과 레지던트를 하다가 지리산 뱀사골에서 공중보건의를 3 년 했어요 . 그리고 충북 음성에 있는 친구가 하는 병원에서 일하다가 고산에 병원 자리가 있다고 해서 개원하게 된 거죠 .
원래 살던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가 나서 마음이 갔어요 . 고산에 개원할 때 주소지도 고산으로 옮겼어요 . 완주군민 20 년 차입니다 . 세금 많이 냈다고 표창장도 받았어요 . 고산이 이제는 집 같아요 . 개원할 때 , 한솔의원 원장님이 고산에서는 제일 오래 하신 분인데 지금은 은퇴하셨어요 .
그다음에 최수영 내과가 생겼고 그 뒤 세 번째로 제가 개원한 거죠 . 당시에는 지금처럼 자동차 전용도로가 뚫려있지 않았어요 . 지금 율곡리 쪽으로 돌아가는 버스 다니는 길 하나밖에 없었어요 . 새로운 길이 뚫린다는 것이 장단점이 있어요 .
환자분들도 큰일 아니면 고산을 벗어날 일이 없어서 읍내에 있던 병원들이 사람들로 북적거렸죠 . 도로가 뚫리면서 고산 인구도 많이 빠져나갔어요 .
병원도 전주로 많이 다니시고요 .” 병원이야 당연히 아픈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어떤 분들이 병원을 찾는지 물어보는 것은 좀 뜬금없는 질문이겠지만 그래도 소도읍의 작은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풍경이 궁금했다 .
“ 초창기에 오셨던 어르신들은 많이 돌아가시고 , 그 당시 젊은 총각이었던 분들이 할아버지가 되셨지요 . 할머니 손잡고 오던 꼬마가 지금은 자기 아이를 데리고 오기도 해요 . 여기 있으면 제가 한 사람의 생애를 지켜본다는 생각이 들어요 . 환자분들이 응급상황일 때 저를 먼저 찾아요 .
119 응급차 타고 가다가 우리 병원에 들렀다 가는 경우가 많아요 . 어르신들이 저를 보고 어디 병원을 가야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꼭 우리 병원에 들렀다 가요 . 어르신들이 생각할 때는 저희를 믿고 내 집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여기 특징이 행락객들이 많아요 .
생각보다 응급환자들이 찾아오기도 해요 . 벌에 쏘이는 환자들도 많아요 . 가끔 쇼크 현상도 발생하니까 빨리 판단해야죠 . 늘 긴장해야 해요 .” 이용원 원장은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의사다.
아파서 병원을 찾아오지만, 마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에게 말을 하게하고 그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어디든 단골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 식당이나 카페도 그렇고 자동차정비소나 옷가게도 마찬가지다 .
하물며 아픈 곳을 치료하려고 들르는 병원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 어르신들이 우리병원이라고 부르며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소도읍에서 20 년 넘게 한 곳을 지키고 있는 이원용 원장 같은 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어르신들은 병원이 새로 생겨도 안 가고 여기는 우리병원이라는 마음이 있어요 . 그래서 어디서 정보를 알아 와서 저 병원은 저런 것도 하는데 우리 병원도 해야지 손님 안 뺏긴다고 저보다 더 신경 써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 어르신들은 외로우니까 병원 와서 사람 만나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
아파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외로워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 소일거리 삼아서 일부러 와서 얼굴도장 한번 찍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요 . 저희 병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가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
외로워서 왔는지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알려면 환자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들어야 해요 .” 공감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어떻게 좋은 처방을 내릴 수 있겠는가 . 이원용 원장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이야기하기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
아파서 병원을 찾아오지만 , 마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에게 말을 하게하고 그 말을 들어주는 것이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 내 안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최대한 빨리 마음의 창문을 여는 게 중요해요 . 그래야 내 안의 스트레스가 환기가 되잖아요 .
그것을 최대한 뱉어 내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자꾸 내 몸 어딘가에 병이 쌓이는 거예요 . 그래서 환자들한테 부탁해요 , 자꾸 말하는 훈련을 하라고 해요 . 그래서 환자들에게 일부러 이야기를 시켜요 . 이야기하고 울다 가시는 분들도 계시죠 .
그럼 친구들이 나보고 자네가 정신과 의사냐 그러는 사람도 있죠 . 그런데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요 . 약 처방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건 들어주는 거예요 .
몸이 아파서 찾아오지만 마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죠 .” 인터뷰를 글로 옮기면서 그렇다면 의사인 이원용 원장은 누구에게 자기의 마음을 이야기할까가 궁금했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이라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나도 그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에게 다시 이야기를 청하긴 어렵고 , 그가 하루 한 시간 만경강 고산천변을 걷는 성실한 산책자로 살고 있으니 그의 이야기 듣기는 만경강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글·사진= 장미경 (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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