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4.06.20

동상 신월리 최점례 씨 이야기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4.06.20 17:29 조회 888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그 해 여름 손님들과 점례 씨 - 동상 신월리 최점례 씨 이야기 대학시절 나의 은사님은 몇 해 전 동상 연석산 아래 마을로 귀촌하셨다 . 왜 그곳이었냐고 물으니 대아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운전하며 동상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그 길에 반했다고 한다 . 고개가 끄덕여졌다 .

집 뒤 등산로를 오르는 점례씨
집 뒤 등산로를 오르는 점례씨

심란하고 고달픈 생각에 휩싸이다 그 길을 달리다 보면 겹겹이 쌓여 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 6 월의 그 길은 참 순하다 . 길 가의 연둣빛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그늘도 순하다 . 곧 여름이 오면 길가 양쪽의 나뭇가지가 손을 맞잡고 그늘 터널을 만들 테다 .

최점레 (1960 년생 ) 씨 도 그 길에 반한 사람이다 . “ 내가 시골을 좋아해서 막 돌아다니다 보니까 여기 동상계곡이 엄청 좋더라고 . 물도 좋고 산도 좋아 . 12 년 전에 완주 용복마을로 귀촌했는데 아파서 들어온 거야 . 그러다가 지금의 이 터를 발견하고 동상에 자리 잡았지 .

내가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었어 . 삼차신경통으로 오른쪽이 마비되고 늘 피곤하고 머리가 아팠는데 여기 와서 많이 좋아졌어요 . 너무 좋아 . 자연에 살다 보니 많은 걸 내려놓게 되더라고 . 그러니 여유도 생기고 마음도 편해지고 .

모든 걸 다 내려놓으니 좋은 것 만 남아 .”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으니 말끔한 치료법도 없었을 것이다 . 오랜 시간 통증으로 삶이 무기력하던 시절 , 바람 쐬러 돌아다니다 만난 귀한 터가 마음에 들어 지인에게 물어 임야 3 천 300 평을 마련했다 .

깨끗한 계곡이 흐르고 집 뒤로는 등산로가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 갑작스런 결정이었지만 늘 자신을 믿어 준 남편의 조용한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계곡 옆에 요양할 수 있는 황토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공사를 진행하던 중 또 다시 큰일을 벌이게 되었다 .

“ 처음에는 생업 목적이 아니었고 나의 요양이 목적이었지 . 황토집 공사하면서 여름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여기를 놀러 들어오는 거야 . 아 ! 여기서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을 한 거지 . 고민을 하긴 했지 . 몸이 힘들어서 쉬러 온 건데 큰일을 벌인 거니까 .

근데 경치가 좋으니까 모든 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생긴 거 같아 . 4 번 허가를 내서 증축해가면서 집을 지었지 .” 결혼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고 생전 일을 안 해봤던 최점례 씨는 용감하게 황토향기펜션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식당 . 민박 . 슈퍼 . 동네 사랑방을 겸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

사계절의 흐름 따라 사는 것 어린 시절부터 워낙 배움을 좋아했던 최점례 씨는 열한남매 중 여덟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 어려운 가정형편이었지만 대학공부를 하고 싶어서 스스로 일해서 번 돈으로 학비를 마련하고 공부를 마쳤다 .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림하다가 완주로 귀촌하고 나서는 완주농업기술센터 농업대학에서 4 년 공부를 했다 . 그 곳에서 이름 모를 풀들의 쓰임새를 알게 되고 그것으로 자연음식을 만들고 된장 , 고추장 , 간장 담는 법을 알게 되었다 .

DSC03380
DSC03380

그리고 지금의 공간을 직접 운영하기 위한 기술과 지식을 얻기 위해 전북대평생교육원에서 조경학 , 경매학을 2 년 공부했다 . 생각한 것을 삶에서 응용하기 위해 부지런히 배우는 사람이다 . 현재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과 슈퍼 , 식당 등의 구조와 설계도 모두 최점례씨의 작품이다 .

일하는 사람의 동선 , 놀러온 사람들의 동선을 모두 고려한 최적의 설계이지 않을까 . 최점례 씨는 공간을 구성하는 자신의 감각은 아무래도 한옥 목수였던 아버지에게서 온 것 같다고 한다 . 완주로 귀촌하며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사계절에 따른 삶의 방식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

“ 봄이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해 . 머위 , 취 , 다래순 , 쑥 , 고들빼기 , 씀바귀 , 그리고 고사리 . 산나물 채취하러 다닐 생각에 신나 . 내가 생각하는 봄나물의 제왕은 우리 집 근처에 나는 쑥이야 . 나는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를 않아요 . 이 주변에 쑥이 엄청 많은데 나는 일부러 키워 .

많이 뜯을 필요도 없어 . 그때그때 먹을 만큼 . 그렇게 5 월이 되면 펜션 주변 청소를 하기 시작해요 . 6 월 말부터 여름장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 전에 내가 식사대접하고 싶은 사람들 다 불러 . 봄에 뜯어 놓은 나물들로 귀하게 차린 밥을 대접하는 거야 .

올해 장사 시작 전에 베푸는 걸로 시작하면 기분도 좋고 . 그리고 여름장사 시작하면 이제 혼자서 못하니까 식구들이 총 집합하는 거지 . 신랑은 청소 , 딸 둘은 서빙하고 카운터 , 사촌동생은 전기 및 설비 담당 , 친언니는 주방보조 , 나는 주방장 및 총감독 .

여섯명이 여름동안은 모두 여기서 지내는 거야 . 그때는 저녁에 일 끝내놓고 둘러앉아 맥주한잔씩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그러지 . 팔월 마지막 주에 여름장사 끝내고 그때부터 버섯 따라 다니지 . 추석 지나서 까지 . 사촌동생이 버섯선수고 나는 운동 삼아 따라 다니는 거지 .

능이 , 싸리 , 솔 버섯 . 딱 그렇게만 따요 . 겨울 되면 용진에서 지내면서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재정비를 하는 거지 . 4 월까지 그렇게 지내고 다시 동상으로 오는 거야 . 사계절 따라 사는 거야 .” 사계절 따라 적당히 벌어 잘 사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삶은 아니다 .

곧 여름이 되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곧 여름이 되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최점례 씨가 늘 앉아 있는 자리에서는 나무 울창한 숲이 보이고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 어쩌면 그런 곳에서 마음을 닦아 본 사람은 욕심을 내려놓고 적당히 사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 “ 십년 장사하다보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어 . 내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안산에서 오시는 가족들이 있어 .

그 분들은 지금까지 한 해도 안 빠지고 해마다 우리 집을 찾아오세요 . 그 집 어머니가 여기 안 오면 휴가 안 온다고 꼭 여름은 우리 집만 와요 . 그런 가족들이 여럿 있어요 . 우리 집만 오는 여름손님들 . 올 때가 되었는데 조금 늦어지면 걱정되고 그러지 . 몸이 어디 아픈가 ..

올 사람이 안 오니까 . 그 사람들한테는 우리 집이 얼마나 설레는 공간이겠어 . 하여튼 전국에서 다와 . 진도 , 강원도 , 경상도 , 안 오는 사람이 없어 . 전국 사투리가 다 들려 .” 일 년의 반절을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편히 쉬러 오는 곳 .

그해 여름 손님들이 계곡에 쌓아놓은 돌탑도 여전하고 그들이 먹고 흘린 포도씨는 싹을 틔워 넝쿨이 되어 최점례 씨의 공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

6 월의 최점례 씨는 여름장사를 시작하기 전 의식을 치르듯 친구들을 불러 자연밥상을 대접하느라 바쁘고 , 곧 동상 신월리 계곡으로 놀러올 그해 여름 손님들은 지금쯤 가슴이 두근두근 할 테다 .

/ 글·사진=장미경 (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동상 신월리 최점례 씨 이야기 사진 1 동상 신월리 최점례 씨 이야기 사진 2 동상 신월리 최점례 씨 이야기 사진 3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