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박씨의 적당기술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전환기술은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적당하고 만만한 자급기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했지만 또한 인간으로부터 삶 그 자체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왔다 .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사람들이 그것을 충분히 배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웠고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는 빈곤했으나 훨씬 평화롭고 충만했다 .
하지만 지금 우리는 편리하지만 불편하고 풍요롭지만 빈곤한 역설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 오랫동안 이어왔던 사람들의 생활로부터 본연의 기술과 지혜를 건져내고 그것을 현재의 시대로 소환하려는 협동조합이 있다 . <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 의 박용범 상임이사에게 사람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으로부터 기술을 소외시켰어요 . 사람들을 기술로부터 차단한 겁니다 . 예전엔 농사짓던 분들이 농사도 짓고 집도 짓고 풍수도 보고 바구니도 짜고 다 했어요 .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어렵게 됐죠 . 자본주의는 전문가들이 대접받습니다 .
그렇게 하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술로부터 소외시킵니다 .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쓰던 시절로의 열망 , 그것이 바로 우리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전환기술 혹은 생활기술운동의 시작입니다 .” 교육생들이 만든 로켓매스히터(구들아궁이)를 설명 중인 박용범 이사.
일구데기에 빠져 살던 시절 박용범 (46 세 ) 상임이사는 지금은 화산면 라복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된 집도 고치고 농사도 짓고 살고 있지만 이곳이 고향은 아니다 . 경남 마산 출신으로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베테랑 활동가 출신이다 .
어떤 연유로 완주로 오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 “ 귀농운동본부에서 도시농업을 전담한 적이 있어요 . 도시농업하면서 일에 빠져 사느라 집에서 쫒겨날 뻔 한 적도 있었어요 . 참 힘들었어요 . 가정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
제가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마음이 허 해진 게 뭐냐면요 , 다 남들 귀농시켜주는 일만 한 거예요 . 정작 나는 귀농을 못하고 있는데 , 나도 뛰어가서 쟁기질 하고 싶은데 교육생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일만 하다보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있더라구요 . 주노병존법 . 노예는 일을 많이 해서 숙련되요 .
근데 주인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로만 시키니까 나중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져요 . 스스로 할 줄 아는 기술을 잊게 되는 거죠 . 그러니까 자괴감이 생기는 거죠 . 자꾸 뒷바라지만 해주고 나는 성장하는 게 없는 거예요 . 내가 하고자 하는 걸 해보자 . 내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어보자 .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4 년이 넘었습니다 .” 귀농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2009 년도부터 적정기술 워크샵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 그때 김성원씨를 강사로 초빙해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었고 2013 년에 완주에서 로컬에너지관련 일 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
그래서 박용범 , 김성원 , 안병일씨 등 초창기 멤버들과 함께 ‘ 전환 기술사회적협동조합 ’ 사무국을 꾸리게 된 것이다 . 그렇게 아무 연고도 없는 완주로 가족 모두 가 귀촌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 박용범 , 박수옥 ( 아내 ), 박은율 ( 아들 ).
세 식구에서 시작한 완주 살이는 해가 갈수록 식구가 늘어 지금은 개 3 마리 , 고양이 1 마리 . 총 일곱 식구가 되었다 . 완주에서만 벌써 5 회차를 맞은 완주전환기술전람회 ‘ 나는 난로다 ’ 행사 때문에 <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 > 은 제법 알려진 조직이다 .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어렴풋이 알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물었다 . “ 전환기술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것이 참 힘들어요 . 직접적으로 강조하려고 조합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 뜻은 참 좋았지만 명명은 실패한 것 같아요 . 추상적이니까요 . 오히려 저는 적당기술을 선호했어요 .
기술을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적당하고 만만하게 접근하자는 의미로 . 어설프더라도 자신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 그런 의미로 교육과 정보에 대한 공유에 핵심을 두고 있죠 .
‘ 아궁이디자인학교 ’ 나 ‘ 로컬에너지장인 핵심리더양성교육 ’ 또는 여성들을 위한 ‘ 여성적정기술캠프 ’ 통해 교육생들이 자신의 주변 생활 속에 기술들을 응용하고 퍼져나가게 하는 것 .
저희 조합은 허브 같은 곳이 되길 희망합니다 .” 올해 '나는 난로다'는 지난해까지 이어져왔던 몽골텐트 대신 재사용 가능한 목재와 폐현수막을 이용해 손맛나는 부스를 직접 설치한다.
다시 처음으로 , 순수한 아마추어들을 위해 앞으로 2 주 후면 < 제 6 회 전환기술 전람회 - 나는 난로다 > 행사가 열린다 . 협동조합 사무실도 행사준비로 분주하다 . 이번 행사는 어떤 내용으로 꾸며지고 어떤 의미가 강조되는 행사인지 질문했다 . “< 나는 난로다 > 라는 브랜드가 너무 강력해요 .
아무리 전람회라고 이름을 바꾸고 적정기술 축제라고 이름에 변화를 줘도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난로에요 . 나는 난로다로 시작이 되었지만 난로로 출발해서 여러 적정기술의 분야로 넓히려고 했거든요 . 그런데 이걸로 돈을 좀 만지는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
그러면서 아마추어 난로들은 낄 틈이 없어진 거죠 . 레이저 커팅해서 깔끔하게 잘 만들어 가지고 나온 난로 옆에 있으면 비교되니까 . 그래서 올해는 아마추어들을 위한 부스를 별도로 마련했어요 . 아예 난로 경연대회도 없앴고요 .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 할매를 위한 적정기술 공모전 ’ 같이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필요와 나눔에 대한 기술들도 같이 선보일 겁니다 .” 지난해 출품된 다양한 난로. 아마추어에서 전문가까지 모두 참여해 다양한 난로가 탄생된다.
전환기술은 적정기술 , 생활기술 , 적당기술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울 수 있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인간이 기술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 “ 진정한 전환기술은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만드는 겁니다 .
농사도 내 식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약을 덜 치잖아요 . 정성을 들이게 되는 거죠 . 공구도 누가 그것을 사용하는가를 생각하면 정성을 들이고 영혼이 들어가게 됩니다 .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가는 자급기술 , 그것이 바로 전환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용범 상임이사는 작년 봄부터 대장간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
원래는 단순반복 작업을 참 싫어했는데 대장간 일을 배우며 쇠를 달구고 달군 쇠를 계속 두드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서서히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진정한 전환기술을 터득하고 있다고 한다 . 그의 페이스북에는 습작한 물건부터 그럴 듯한 물건들 사진이 간간히 올라온다 .
사진 밑에 달린 지인들의 댓글 덕분에 대장간이 생각났다 . 집게나 호미 등을 만들어달라는 댓글 주문들 . 언젠가 읍내 한적한 귀퉁이에서 대장장이 박용범의 은은한 망치질 소리가 반드시 울려 퍼질 것 같다 .
/ 글사진 =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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