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식히는 튜브꽃, 웃음꽃, 사람꽃 우리들은 길어진 해꼬리만큼 들뜨고 진짜 가을은 쉬이 오지 않는다 이 여름 다 가기 전에 상인들끼리 닭이나 몇마리 삶았으면 해마다 여름이면 완주의 여러 골짜기들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핀다 .
계곡 근처 식당과 민박집들이 피워낸 파라솔 꽃 ,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노란색 , 파란색의 튜브 꽃 , 웃통을 벗어버린 아이들의 웃음꽃이 그 꽃들이다 . 내 작은 가게 (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협동상회 홍홍 ) 가 자리하고 있는 고산시장에도 여름 꽃들이 피어났다 .
시장 광장 가운데에는 아주 커다란 튜브수영장 꽃이 피어 있고 그 안에는 동그랗고 네모난 작은 튜브 꽃들이 떠다니고 그 속에는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꽃들이 가득하다 . 시장 광장에 핀 커다란 여름 꽃 탓에 잘 보이진 않지만 그 주변에도 많은 꽃들이 피어있다 .
모처럼 방학을 맞아 고산이모에서 알바를 하는 예은씨가 눈에 띈다 . 2 년 전 아빠와 함께 요거트 가게를 만들어낸 씩씩한 예은씨가 여름 시즌에 특별메뉴로 내놓는 아이스요거트로 광장의 아이들을 유혹하기에 바쁘다 .
농사와 가게일로 늘 정신없는 신원희 회장님과 베리팜 사장님의 블루베리 열매들은 무사 할까 . 얼마 전 태풍으로 열매들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말이다 . 약초에 관심이 많으신 힐링스토리 ( 현대약초 ) 사장님은 초록색으로 잘 익은 여주와 수세미를 산지특별가격으로 가게 앞에 내놓았다 .
한시도 쉬는 법이 없는 삼성상회 금순씨는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금방 쪄낸 옥수수를 비닐봉지에 담아내고 , 연 날리기 좋은 칼바람이 불지 않는 여름 날씨가 야속한지 그늘에 앉아 무표정하게 다른 꽃 들을 바라보는 부잣집김치 해병대아저씨의 부채질이 한가롭다 .
작년에 문을 연 뽀빠이통닭은 여름 특별메뉴로 슬러시와 닭꼬치를 내놓았고 소소와 마루의 언니들은 주말 특별메뉴로 컵라면과 핫바를 팔려고 매대를 내놓았지만 매출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수다에 더 열심이다 .
밖에선 보이지 않지만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팔릴 게 분명한 네발요정 , 아띠 , 농부의 딸 사장님들이 테이크아웃 컵에 바쁘게 얼음을 담아내는 모습과 , 아무리 더워도 늘 불 곁에서 일해야 하는 백옥관 , 다미가 , 황가네밥상 , 백여사국밥 사장님들의 땀 맺힌 얼굴이 눈에 선하다 .
돌이켜보면 완두콩에 내 이름을 달고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쓰는 특권을 누린지도 벌써 2 년이 지났다 . 신문에 실린 내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커다란 특권이지만 그 글을 매달 한 번씩 빠뜨리지 않고 써야하는 것은 없는 집 제삿날 돌아오는 것처럼 나름 고역이었다 .
길 가의 간판과 집들과 마주치는 한 사람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 늘 메모하고 기억하고 글을 쓸 준비를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 이번 호의 삶의 풍경은 세 번의 실패를 맛보고 들여다본 네 번째 풍경이다 .
연석산 아래 순두부 할머니는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고 , 안수산 아래 고시원과 용진의 미술가 선생님의 삶의 풍경은 구경만 하고 밖으로 내놓기에는 인연이 짧은 풍경이 되고 말았다 .
어려움 끝에 이번 호와 인연이 닿은 풍경이 결국 내가 몸담고 있는 고산시장이 되고 말았으니 그 풍경이 아름다운 꽃으로 보이지 않았겠는가 . 많은 전통시장들이 그런 것처럼 고산시장이 요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카라반축제 , 주말장터 , 상품개발 , 상인교육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만만치 않은 일들이다 . 합심해서 열심히 노력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일들이다 . 갈등과 오해가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풀어가며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란다 .
광장에 핀 여름 꽃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상인들끼리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닭이라도 몇 마리 삶아서 같이 먹고 그랬으면 좋겠다 . 하얀색 이팝나무 꽃이 지고 분홍빛 자귀나무 꽃이 피면 여름이 시작된다 . 여름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들뜬다 .
아이들은 곧 다가올 여름방학에 , 청춘들은 어딘가로 떠날 여행계획에 , 봄 농사를 끝낸 농부들은 한 잔의 막걸리로 사람들은 초여름의 길어진 해 꼬리만큼씩 들뜬다 . 하지만 여름은 만만치 않은 계절 . 초복 중복을 지나 말복을 바라보는 요즘의 여름날은 초여름의 그 들뜬 마음을 싹 잊게 만든다 .
8 월 달력은 일주일 후면 입추 ( 立秋 ) 라고 작은 글씨로 가을을 알려주고 있지만 진짜 가을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 장마와 몇 번의 태풍이 지나고 폭염주의보와 열대야를 몇 차례 견뎌냈지만 진짜 여름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
모두들 다시 한 번 힘차게 여름을 나보시기 바란다 . / 글.사진=장미경 / 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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