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오남매와 소소한 일상 - 봉동 대영아파트 허희경씨 『 음악줄넘기지도자 # 요리 # 홈쿡 # 운동 # 독서 # 자기관리 # 주부일상 # 다둥맘 # 딸둘아들셋맘 # 위킹맘 # 독수리오남매맘 # 소소한일상을 위한 기록 』 허희경씨 (44) 의 개인 SNS 첫 화면에 적혀 있는 글귀다 .
인터뷰 할 때 나의 습관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삶에 나의 삶을 포개보는 것이다 . 희경씨의 일상에 나의 일상을 포개본다 . 다섯 아이가 나에게 달려오는 상상을 하다가 눈을 번쩍 뜨고야 만다 . 아니 , 어떻게 아이 다섯을 낳고 키우셨나요 ?!
‘ 코로나 ’ 라는 사상초유 사태로 아이를 둔 가정을 중심으로 생겨난 코로나 신조어들이 많다 . 돌아서면 밥 차려야 한다는 돌밥 , 집에서만 생활하느라 살이 확찐자 . 힘들고 답답한 현실이었지만 우리는 잘 견뎌 내고 있다 . 순차적으로 학교가 개학을 하면서 희경씨도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
3 월부터 동네 언니들과 아침 만보걷기를 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던 시기에는 맞벌이하는 이웃의 자녀 두 명까지 함께 돌봄을 하면서 총 일곱 아이들 밥 차려 먹이는 일을 거뜬히 해내기도 했다 .
매끼 잘해 먹일 순 없지만 요리 실력이 대단한 희경씨는 고급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플레이팅한 음식들을 사진으로 찍어 SNS 에 올린다 . 아이들이 많다 보니 외식을 자주 할 수 없기도 하지만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은 희경씨는 뭐든지 근사하게 뚝딱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
남편 박영복씨가 필름카메라로 찍은 아이들 사진이다. # 각자의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나는 법 충남 장항에서 나고 자란 희경씨 역시 오남매였다 . 오빠 넷과 함께 뛰놀고 복작거리며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희경씨의 삶에 좋은 거름이 된 모양이다 . “ 원래 아이들 많이 낳고 싶었어요 .
요즘 가정이 너무 단촐 하잖아요 .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의지할 형제들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가 물질적으로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지만 의지할 형제 , 자매들을 만들어 줬다고 생각해요 .” 희경씨는 태어날 때 자기들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난 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는다 .
처음이 힘들지 혼자 키우는 것보다는 둘 키우는 것이 낫고 다섯이다 보니 자기들끼리 잘 논다고 한다 . 2005 년 남편 박영복 (48) 씨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
초등학교 보습학원 강사일로 전주에 왔다가 색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영복씨를 만났다고 한다 . 희경씨에게 반해서 자꾸만 찾아오던 영복씨와 그 해를 넘겨 2006 년도에 식을 올리게 된다 . “ 그 무렵에 친정에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
오빠가 사고로 먼저 떠나시고 , 아버지가 폐암말기 선고를 받으셔가지고 힘든 시기였죠 . 딸이 저 하나 뿐인데 그래도 아버지 가시기 전에 짝이라도 인사시켜드리고 싶어서 서둘러서 결혼을 한 거죠 . 저희 신랑이 좋은 사람이에요 . 신혼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저희 신랑이 사위 노릇 톡톡히 했지요 .
결혼 하고 나서도 아이가 빨리 들어서질 않았어요 . 그런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첫 애가 생겼거든요 . 저희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요 . 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시면서 저희에서 선물을 주셨다고 .” 큰 아이가 만든 문패다.
2007 년 첫째 박성해 (14) 의 탄생을 시작으로 둘째 지환 (12), 셋째 해연 (10), 넷째 지호 (7), 다섯째 지훈 (6) 까지 봉동 독수리 오남매의 서사가 펼쳐진 것이다 .
“2 년 터울로 셋째까지 낳았을 때 넷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 들어서서 육아용품 정리해서 이웃들 주고 나서야 넷째가 생기더라구요 . 그래서 세 살 터울이 된 거죠 . 원래 막내도 두 살 터울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제가 만삭 때 무리를 한 거예요 .
크리스마스 전에 이웃들에게 선물한다고 케잌이랑 타르트를 몇 십개를 만들었어요 . 막내 예정일이 1 월 9 일이었는데 12 월 27 일 새벽에 양수 터져서 갑자기 태어난 거죠 . 딸 아들 딸 아들 아들 배합이 참 좋아요 . 다들 부러워해요 . 각자 맞은 일을 다 해요 .
캠핑가도 각자 할 일 하고 어디 여행가도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 하나씩 맞아서 손잡고 다니고 .” 끼니마다 이렇게 잘 차려놓고 먹는 건 아니지만 희경씨의 요리, 베이킹 플레이팅 실력은 전문가 못지 않다.
희경씨 SNS의 사진들 #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법 아이들이 많다보니까 생활 규칙은 서로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다 . 게임은 시간을 정해놓고 하고 각자 숙제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 . 평일은 저녁 먹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마음껏 뛰어논다 .
넷째 , 다섯째가 태어나면서 완주군 다자녀정책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 아이 다섯을 키우다보니 정부의 정책이 실생활에 가깝게 다가오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 현재 지원금은 한 아이 학원비로 정도로만 쓰일 뿐이다 .
실제로 아이를 키우며 필요한 실질적인 정책들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민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 . 요구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 “ 코로나 때문에 다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아이들과도 집안일 분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
이 공간은 가족 모두를 위한 공간인데 왜 엄마 혼자만 일을 해야 하니 , 다 같이 쓰는 공간이니까 다 같이 일을 나눠서 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 예전에는 쓰레기도 거의 다 제가 버렸거든요 .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역할 분담을 했어요 .
음식물쓰레기 , 일반 쓰레기 , 재활용 쓰레기는 첫째 , 둘째 , 셋째가 알아서 버려요 .” 2016 년 10 월에 완주군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음악줄넘기 지도자 양성과정이 있었다 .
돌이 안 된 막내 지훈이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면서 과정을 이수하고 2017 년도에 경천 가천초등학교에서의 수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음악줄넘기 방과후 교사 일을 하고 있다 . “ 직업이 생겨서 삶의 활력이 생겨요 . 계속 집에만 있었으면 저도 힘들었을 거예요 .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도 성장하는 계기가 된 거예요 . 내면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 저희 부부는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아이들이 저희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조언자가 되기를 바라요 .
언제든지 힘들 때 상담하고 싶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희경씨는 마당 있는 집을 종종 생각하곤 한다 .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지만 독수리 오남매의 날개가 단단해져서 저 마다 훨훨 어딘가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는 분명 혼자가 아닐 테니까 말이다 .
마흔 명은 거뜬히 머물 수 있는 너른 마당이 있는 집이어야 할 테다 .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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