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착하고 싶은. 저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학창 시절 늘 노트 한 귀퉁이에 뭔가를 끄적거렸고, 시험지 뒷면은 늘 낙서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제 장래희망은 한결 같이 화가 또는 디자이너였고요.
그리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정해진 수순처럼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으며 캠퍼스를 걷던 12학번 스무살 새내기는 어느새 올해 서른이 되었고, 벚꽃은 야근 후 퇴근길에나 구경하는 경력 5년 차의 편집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동경했던 디자이너의 삶은 마냥 녹록지 않았습니다. 늘 야근에 시달렸고, 안구건조증과 손목 통증을 달고 살았습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늘 앉아 있다 보니 , 하루에 500 걸음도 채 걷지 못한 날이 대다수였습니다 .
이렇게 가다간 ‘ 내 20 대의 마지막이 회사 - 집의 반복으로 끝나겠구나 ’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 저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우울해하던 차에 , 촌스럽지만 어쩐지 포근해 보이는 이름의 완두콩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폐교를 리모델링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완두콩은 어린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니고 , 토실토실한 닭들이 사무실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 전형적인 사무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
또 특이한 점이라면 매월 자체적으로 완주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는 소식지를 발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 그간 다른 업체들을 위한 디자인만 해오다가 , 자체적인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
또한 면접자리에서 자취 중인 저의 월세와 식사까지 걱정해주시는 대표님을 보며 이곳이라면 내가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입사한 지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 완두콩에 얼른 녹아들어 디자이너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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