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자연을 본받아 살 수 있을까 ? 하루 종일 밭을 일구고 , 씨앗을 뿌리고 , 퇴비를 나르는 일이 요즈음 내 일과이다 . 내가 일구는 밭은 산속에 있다 . 오래전부터 버려진 땅이기도 하다 . 외부와는 절연된 곳이다 .
새소리를 벗 삼아 일하다가 힘들면 앉아 쉬면서 흐르는 계곡을 따라 가다 보면 동네 빨래터가 나온다 . 사시사철 끊임없이 흐르는 빨래터가 있다 . 여기는 동네사람들 사랑방이자 속풀이 공간 , 온갖 삶에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고 살아있는 삶의 공간이다 . 모든 건 고이면 썩는다 .
일급수의 맑은 물이 멈추지 않고 여기 물은 계속 흐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 밭에서 일하다 벗어놓은 흙이 더덕더덕 묻은 츄리닝도 빨고 , 온방 마루 거실 주방을 닦고 온 먼지투성이의 걸레도 흐르는 물에 빨면 속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
옆집 순덕이네가 송아지 낳은 것도 여기서 알 수 있고 , 지금이 상추를 심을 때인지 고추를 심을 때인지 아는 곳도 여기이다 . 이곳은 옷도 세탁하지만 나물도 씻고 일하다 온 장화의 흙도 털어내고 잘 안 닦인 솥도 가져와서 수세미로 박박 닦는다 .
이상하게도 집에서 보다 잘 닦이고 일도 잘되는 것 같다 . 아마도 여럿이 이야기하면서 하니 한결 수월한가 보다 . 우리 동네 빨래터는 마을주민들의 마을 소식통이고 마음의 치유 공간인 듯하다 .
속상한 일 , 억울한 일을 방망이로 두드리고 때리다보면 어느덧 땟국물이 줄줄 빠지듯 내 마음의 응어리도 사라지는 듯하다 . 단순히 빨래만 하는 공간이 아닌 남에게 할 수 없는 속마음을 털어내고 새 기운을 얻어가는 소증한 공간이다 . 옛것의 소중한 것이 편리함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
지금은 사람이 귀하다 . 되살려내야 한다 .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때문이다 .
땅을 되살려 내야 하고 우리의 인간성을 되살려 내야하고 그러면서 공동체 사회에서 모두가 공동의 울타리가 되어 먹을 때 같이 먹고 웃고 떠들고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예전의 빨래터 같은 공간이 더 되살아났으면 한다 . / 허진숙 마을기자 ( 용진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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