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방식] 용진 분식집 '옹달샘' 전연수 사장

#단골손님과 대화하며 웃고 있는 전연수 사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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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손님들의 인기메뉴? 당근김밥


용진 분식집 '옹달샘' 전연수 사장



전주와 용진을 잇는 길목, 동트기 전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불빛이 있다. 새벽 5시 반이면 어김 없이 문을 여는 5평 남짓한 분식집 ‘옹달샘’이다. “그냥 쉬려다가 버릇처럼 눈이 일찍 떠져서 결국 나왔다”는 전연수(62) 사장은 새해 바로 다음 날에도 가게 불을 밝혔다. 

한때 억대 연봉의 보험관리사로 기세를 떨쳤던 전 사장이 단정한 정장 대신 추억의 손때가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맞은 지 3년째다. 삶의 굴곡에서 커다란 시련을 마주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일어섰던 그의 단단한 뚝심은 김밥 속을 꽉 채소들처럼 견고하다.

분식집의 대표메뉴인 ‘옹달샘 김밥’은 직접 부친 따끈한 지단과 정성껏 볶아낸 당근이 듬뿍 들어 간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맛있는 비결은 바로 ‘간 맞추기’다. 

“삼천동에 맛있어서 자주 갔던 김밥집이 있어. 거기 사장님이 장사 접으시기 전에 김밥 만들 때 뭐가 제일 중요하냐고 물어봤는데 ‘간’이라고 하더라고. 우리 집도 그래. 막 쌌을 때도, 시간이 좀 지나서 식어도 맛있으려면 밥이랑 속 재료의 간이 딱 맞아야 해. 그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 

조언과 경험을 통해 빚어진 조화로운 맛은 경기도에서 온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마저 단골로 만들었다. “전주만 오면 이 집 김밥이 생각난다”며 찾아온 여동생 같은 손님에게 전 사장은 따뜻한 어묵 국물을 건네며 안부를 물었다. 김밥을 마는 짧은 시간 동안 아들 부부 이야기며, 자식 키웠던 고충, 여행 다니는 즐거움을 나누느라 두 사람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반가운 손님들이 모두 다녀간 후, 오전 11시쯤 전연수 사장이 장사를 마무리한다. 

“단골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야. 새해에는 일도 욕심껏 하기보다 적당히 하고, 남은 시간은 가족들과 캠핑 다니며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 

환하게 웃는 전연수 사장의 얼굴 위로 장사꾼의 수완보다 이웃의 깊은 정이 먼저 읽힌다. 일은 적당히, 가족과는 뜨겁게 살고 싶다는 그의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소망이 옹달샘 김밥처럼 꽉 차게 영글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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