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있는 이달의 책
<선의 인류학>
팀 잉골드 씀 | 김지혜 옮김 | 포도밭출판사 | 2024, 368쪽, 23,000원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내가 애초에 잃어버렸던 말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마 그렇게 자기만의 인생 작품을 만나게 되고, 최애 작가가 생기는 일. ‘완두콩’을 재밌게 보는 사람들 중에 팀 잉골드(Tim Ingold)의 책들을 읽으면 잃어버린 말을 찾은 기분이 들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책의 첫 표지에서부터 ‘걷기, 관찰하기, 이야기하기, 그리기, 쓰기의 공통점은? 모두 선을 따른다는 점이다’라는 매력적인 글귀로 사로잡는 책. 선(line)으로 만들어진 인류의 이야기, <라인스>다.
48년생 영국 인류학자가 선 하나에 꽂혀 탐구한 그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은 선 아닌 것이 없다. 말, 음악, 뜨개, 산책과 운송, 서예와 조각까지 만사 모든 일들이 선의 여정을 따르는 일이다. 사소하고도 장고한 인류사의 예시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낯선 개념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해내는 일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결국 이 예시들이 하나의 사유로 도달한다는 점이 경이롭다.
산티아고 순례자가 순례를 마친 뒤에는 순례 이전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듯이, <라인스>라는 책을 관통하게 되면 근대의 사고방식이 직선으로 짜인 세상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이 비인간들에게 초래한 일들까지도. 상대적으로 곡선의 사유가 자연스러운 동양의 사고체계로 읽으면 언뜻 당연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잉골드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선을 떠올릴 때 반듯한 직선을 떠올리게 된 연유, 뭐든지 최단거리나 가로지르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그 사유의 근원을 찾아 올라간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 존재는 어떤 선에 놓이고 각자 어떤 선을 만들며 살아가야 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답이 아닌 물음을 던진다. 누가 읽어도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 일독을 권한다.
[정보] 림보책방
주소_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고산면 고산로 70-6 2층
문의_ 063-717-7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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